가로등
어느새 가을빗 속에서
지난 어린 여름날의 기억들을 씻어버리고,
다가올 시간들을 기약합니다.
지나쳐버린 무수한 인연과 잊혀버린 사람들,
돌이킬 수 없는 아팠던 현실을 지워버리기 위해
또다른 아픔을 쓸어내려야만 했습니다.
날 잊어간 이의 슬픔마저 내가 대신하겠다고 울부짖던 날,
난 그렇게 썼던 글들을 지워버렸지만
그 자국만은 변치않듯
이내 슬펐지만 추억이 되었습니다.
오늘도 창 밖의 길목을 내려다 봅니다.
가로등이 눈뜰 시간도 다 되어갑니다.
가을을 알리는 비 속을 날샌 듯 피해갈 만도 하거늘
사람들은 괜시리 그 운치를 느끼는 듯 합니다.